플레이그 테일의 세번째 이야기 – 레조넌스 : 프레이그 테일 레거시 –

플레이그 테일 시리즈는, 프랑스의 개발사인 아소보 스튜디어에서 만든 3인칭 액션게임이다. 1편이 2019년에 나왔으니, 벌써 7년은 된 장수 시리즈라고 할수 있겠다. 2편인 플레이그 테일 : 레퀴엠 이 2022년에 나왔으니, 3,4년 텀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1,2편은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시대, 연금술과 고대부터 내려오던 힘을 계승한 아이와 그 아이를 지키는 누나, 그리고 그 힘을 쫓아오는 거대세력을 피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자체가 그렇게 큰 무력을 가지기 어려운 설정이라 빛을 이용한 퍼즐과 도망치는게 주 액션이였고, 전체적으로 긴장감 활용을 잘 한편이라서 꽤 재밋게 즐겼었다.

1,2편에서 주인공 남매의 이야기는 완전히 마무리 되고, 엔딩의 쿠키영상에서 뭔가가 다시 현재에서 살아나는것 처럼 보여줘서, 이제 무대가 현대로 옮겨지나 라고 했는데, 이번에 나온 후속작은 2편에 나온 등장인물의 과거로 돌아가는 시퀄 적인 성격을 가졌다. 어찌보면 상당히 안전한 선택을 한 셈이고 정식 후속이라기 보단 사이드 스토리의 느낌이 강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2편에서 주인공 아미시아를 도왔었던 여자 해적 선장인 소피아이다. 소피아의 어릴때부터의 과거를 따라가고, 알고보니 소피아도 원작의 문제의 근원이였던 ‘원시모반’과 관련이 있는 캐릭터라는 이야기다

1,2편의 주인공 캐릭터들이 액션을 잘 하기 어려운 설정을 가지고 있어서 – 그렇다고 치기에 돌팔매로 어른들을 마구 죽이긴 하지만 – 주로 숨어다니는 액션이 기본이였던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어릴때부터 해적에 가까운 거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전투가 기본으로 바뀌어서 액션자체가 굉장히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또 전투만 꾸준히 하는게 아니라, 원 게임의 정체성이였던 어두운 공포로부터의 도주같은 경우가 후반부부터는 메인이 되면서 긴장감을 잘 유지시켜 준다. 쥐만 안나왔지, 결국 빛과 어둠을 이용한 퍼즐과 회피는 여전히 잘 유지하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투보다 이런 애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플레이가 주가 된ㄷ

그래픽은 신작인 만큼 꽤 뛰어나다. 1,2편 역시 발매당시 그래픽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번 3편은 여러 환경적인 부분에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모습을 보여줄때의 광원과 화려함은 아주 뛰어나다.

그리스 신화 미노타우르스 신화의 무대인 미노스섬이 주 배경

과거 그리스 시대의 화려한 검투사들을 재현한다(상상이겠지만)

그래픽적으로도 시스템적으로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다. 하면 할수록 평가가 왜 좋은지 느껴지고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시리즈의 정체성도 충실히 지키는 방향성을 보여줬으며, 과거 그리스신화와의 연결성도 매끄럽다. 전 시리즈를 재밋게 하지 않았어도 스토리상 연결이 크게 없기 때문에 플레이를 추천할 만하다. 늘어지는 부분도 크게 없어서 플레이 도중의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다.

다음 후속작은 2편의 쿠키영상에서 보여졌던 현대물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프래그마타 – 캡콤의 신작 SF –

근래에 모든 매체에서 신작을 보기보다는 과거의 명작을 재탕하거나, 후속작을 만들어 안전하게 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오랜만에 캡콤에서 나온 완전 신작 IP다. 발표때 발매일이 2022년 이였는데 한동안 나오지 않아서, 엎어진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었지만 다행히 2026년 발매를 하게 되었다.

신규IP가 흥행을 하는게 어려운 시장이고, 조금은 복잡한 전투매커니즘(퍼즐+슈팅)을 가지고 있어서 호불호도 갈렸지만, 250만장 이상 팔리면서 흥행으로 꽤 괜찮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게임의 흥행 중 큰 요소중 하나는, 주인공 중 한명인 프래그마타인 다이애나의 귀여움 어필이 큰 축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만6-7세정도의 여아로 설정이 되어 있고, 그에 따른 호기심 넘치고 에너지 넘치는 귀엽고 착한 여자아이의 행동양식을 보인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굉장히 호응을 받아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귀여운데 해킹으로 도움까지 주는 다이애나. 이 게임의 80%이상인 부분이다

전투 시스템은 독특한 특성을 가지는데, 해킹자체가 게임을 풀어가는데 필수불가결적인 요소라, 해킹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게임 진행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부분은 꽤 호불호가 갈릴듯 하다. 성공하면 마치 다른 게임에서 패링을 한 느낌이지만, 바쁜데 끊임없이 실시간 퍼즐을 풀어야 하는 건 좀 스트레스를 준다. 전투의 재미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 재밋다고 느껴지는건 또 아니였다

프래그마타의 스토리 구조는 그렇게 특별한 편은 아니다. 많은 SF에서 다뤄지는 인간과 AI의 구별, 인간을 구성하는건 무엇인가 하는 질문. 그리고 인간과 교감하면서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것은 나름 전투와 스토리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그게 설정과 연관되는가 라고 한다면 그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끝까지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다이애나가 어린 여자애로 설정되고 이런 인공지능을 가져야 할 이유가 딱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가면, 이런 특별한 안드로이드-프래그마트-를 만든 이유가 나온다. 하지만 그 이유 만으로는 이 게임의 메인을 형성하는 다이애나의 행동원리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설정이 있고, 그 설정에 기반한 이야기가 만들어진게 아니라, 캐릭터와 보여주고 싶은 서사가 존재하고, 그 서사를 위해 나중에 설정을 끼워 맞춘걸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몰입이 잘 안되는 면이 있다. 마치 한국영화에서 신파장면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꽤 흥행을 한 상황이라서 후속작은 나올꺼 같은데 부족했던 설정들이나 깊이가 보완이 될 것인가도 기대되는 점이다.

기사단장 죽이기

우리동네의 지하철 역에는 칙치폭폭 도서관이라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 자체의 책은 적지만, 부천 전체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수 있고 반납도 가능해서 무척 좋은 공간이다.

한번 들렸던 이 도서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이야기를 발견해 읽기 시작했었다. 예전 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 이후 몇권의 장편을 보긴 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랑 잘 맞는 작가라고는 할수가 없었다. 어느순간에 현실과 비현실을 넘어서면서 설명이 되지 않는 이상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 작가고 신간만 발매하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한때는 인스타용 소설로도 많이 쓰였던 작가라 그나마 최신간인 이 책은 어떨까 하고 한번 읽어봤다.(신간이래도 2016년 책이다)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이혼통보를 받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집을 떠나 방황을 시작하는걸로 소설은 시작한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아는 사람에게 거주할 곳을 제공받고, 시골의 큰 집에서 혼자 살게 되는데, 비현실적인 일들이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장르소설은 아니고 순문학에 가깝다고 볼수 있는데, 어찌보면 이야기의 맥락이나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고 볼수 있다. 주로 내가 많이 읽는 장르소설처럼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하거나 이야기가 있는 소설이 아니라서 예전에는 그렇게 즐겁게 읽지 못했었다. 하지만 내가 변한건지 아니면 이 소설이 달라서 인지 모르겠지만 꽤 몰입해서 읽을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가는걸까 라고 하다가 보니 결국은 또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그런 부분에 크게 저어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보고나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이데아는 무엇이고 기사단장은 무엇인지. 메타포와 이중메타포는 뭔소린지. 멘시키의 본성은 무엇이고 아키가와 마리에가 숨었을때 있었던 사람은 무엇이었는지. 구덩이는 무엇이고 이세계는 무엇인지 등등.

그런데 이 소설은 장르적설정물이나 현실이 아닌 비현실을 기반으로 한 은유에 가까운 이야기일 수 밖에 때문에, 모든게 다 해석의 영역이 되버린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게 무엇인지 라고 정의하는거 자체게 큰 의미가 없는거 같다. 반대로 이 하루키 라는 작가는 독자나 평론가에게 그런 짐을 넘겨버리고 웃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유의 영역은 존재하지만, 그걸 또 그렇게 깊게 들어갈 생각은 들게 하지 않는.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은 꽤 즐거웠던 책이였다. 책 전체 부분에서 주인공이 방황하는 초반부가 꽤 인상깊었는데 아마 그 방황에 동질감이 느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주인공은 30대였다. 묘하게 이혼하고 혼자 사는 남성이고 완성된 어른 같은 느낌이라 40대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이런 나이감각의 차이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이후로 하루키 책들을 좀 더 읽어볼까 하고 있다.

스키마와라시 – 온다 리쿠의 모던 판타지 –

좋아하는 일본의 유명 작가. 온다 리쿠의 장편 소설이다.

조용하게 골동품 점을 하면서 살아가는 두 형제의 이야기다. 그중 형은 뛰어난 사진 기억력, 화자인 동생은 가끔 발동하는 사이코메트리(물건의 기억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딱히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능력은 아니지만, 뭔가 특별한 타일에 자신의 능력이 반응하는걸 알아내면서 거기에 연결되는 과거를 추적해 가는 이야기다.

이전의 온다 리쿠 소설과 꽤 느낌이 달랐던 이야기다. 이전까지 읽었던 온다 리쿠의 책들은 비현실적인 괴담같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에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귀결되는게 대부분이였는데, 이책에서는 아예 비현실적인 존재가 현실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스키마와라시 는 작가가 만들어낸 존재로, 원래 일본에 알려져있는 座敷童子(자시키와라시)라는 요괴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일본의 자시키와라시, 좌부동자 는 집안에 있는 요괴로 이 요괴가 집에서 나가면 복이 달아난다고 한다. 일본인들에게는 꽤 친근한 이미지로 보인다. 여기서 틈새를 뜻하는 스키마를 붙여서 틈새에서 나오는 어떤 존재를 스키마와라시 라고 이름을 붙인다.

소설내에서 이 스키마와라시는 자그마한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어떤 오래된 건물이 철거되는 현장에서 목격된다. 주인공들이 골동품점을 운영한다는 것과 연결하여, 오래된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것만을 좋아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대변하는 것 처럼 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인은 새로운것을 좋아한다’ 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인은 상당히 과거에 매몰되어 있고 새로운쪽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서 꽤 아이러니 했다.

이런 과거에 대한 향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일본인들은 버블경제의 가장 잘 나갔던 시대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이 넘쳐나고 에너지가 넘쳐나던, 그리고 그렇게 발전해온후 몰락하고 그 이후 정체되고, 색깔없이 새것으로만 바뀌는 것들에 대한 향수. 오래된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일본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면, 그 사회 전체의 과거에 대한 향수가 큰 영향을 끼친게 아니였을까.

전에 읽었던 온다리쿠의 책과 느껴지는게 다른것은 그 전의 이야기는 개개인의 이야기가 중심이였다면, 이 책은, 한 개인의 행동을 따라가고 있지만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의미있는 과거를 쉽게 버려버리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이 있기 때문에 그런거 같다. 물론 그런 부분에서는 재건축 재개발에 미쳐 있는 한국사회가 할 말이 있을꺼 같지는 않지만.

디스패치(DISPATCH) 게임 –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 인터렉티브 무비 –

디스패치(DISPATCH)는 2025년에 애드훅 스튜디오(ADHOC)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인터랙티브 무비 형식의 게임이다. 이 장르쪽에서 유명한 텔테임 게임즈출신들이 나와서 만든 회사니 신생이지만 사실 업력은 꽤 된 회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언터렉티브 무비라는 장르는 크게 보면 어드벤처 게임 장르이고, 스토리를 따라가다가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갈라지는 스타일의 게임을 말한다. 예전부터 일본쪽에서 만들던 텍스트어드벤처, 나중에는 비쥬얼 노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장르를 영상물로 변주한 것으로 볼수 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등 유명한 게임들이 있는데, 디스패치의 경우, 이때까지 나오던 게임들과는 다르게 3d가 아닌 2d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게임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스토리는 성인향의 슈퍼히어로물. 이런류의 게임에서 항상 지적받던 게임성이 없다는 부분도 약간의 전략적 게임을 추가해서 보완했다.

이 계열 게임중 근래 가장 히트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AI와 로봇을 다룬다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선택을 해서 분기가 일어나는 전형적인 스타일

애니메이션 퀼리티는 홀룡하다

슈퍼히어로, 슈퍼빌런들이 일상인 세계에서 슈퍼히어로를 그만두고 슈퍼히어로를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히어로배치요원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거기다가 배치해야하는 팀원들은 원래 슈퍼빌런들에서 갱생을 위해 취직한 문제아들 투성이. 이 문제아들을 관리하면서 슈퍼히어로로의 복귀와 복수를 꿈꿔나가면서 연애도 하는 이야기다

각 챕터마다 나오는 게임파트. 문제가 일어난 곳에 알맞은 히어로를 배치해서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 캐릭터를 떠느는걸 보는 재미는 있지만 사실 여기서 민원을 실패해도 게임 진행에 큰 변화가 없다

배치만으로 심심하다고 생각했던지, 퍼즐식으로 구성된 해킹파트도 존재한다

슈퍼히어로물을 좋아하고, 애니메이션에 큰 거부감이 없고,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면 강추할만 하다.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에서 좀 귀찮은 중간중간 캐릭터를 움직여야 하는 부분도 없어서 게임파트를 빼면 꽤 편하게 선택만 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

문제점을 얘기하자면, 서양쪽에서 만들어지는 이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 자체의 기본적인 문제점이 전혀 해결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도 선택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아이러니 한 부분인데, 본질적으로 선택하는 하는거 말고는 크게 하는 일이 없는 게임에서, 어떤 선택을 하건 이야기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일어나는 일은 비슷하고, 사람들 중 누구랑 관계가 좋아지는가 어떤가의 문제이지 큰 사건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깐 다회차 플레이의 의미가 별로 없다. 그냥 애니메이션 한편 본거랑 비슷한 상황이 된다. 일본식 비쥬얼 노블에서는 기본적인, 한번 봤던 이벤트는 선택지까지 그대로 스킵을 하는 기능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어처파 똑같은 행동을 그대로 해야하는 장르 특성상, 다회차 플레이를 싫게 만드는 큰 요소인데, 충분히 넣을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1회차 플레이는 즐겁게 했지만, 2회차를 다시 해서 몇가지를 볼 마음은 생기지 않아 2화치를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1회차를 즐겁게 하기에는 충분히 좋은 게임이라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강추할 만한 게임이다.

근래 읽고 있는 책 두권에 대한 소회(기사단장 죽이기, 스키마와라시)

근래에 두권의 책을 동시에, 천천히 읽고 있다

한권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다른 한권은 온다 리쿠의 ‘스키마와라시’ 이다.

두 책 모두 약간은 우연히 읽게 시작되었다.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는 매일 출근하는 지하철역 도서관에 한번 들어갔다가 눈에 띄여서 읽어볼까 해서 읽기 시작했고, ‘스키마와라시’는 경기도 도서관 ebook에서 대출 가능한 책을 보다가 온다리쿠 책이라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아주 유명하고, 어린시절 책을 읽어봤지만 그렇게 재밋지는 않았다. 하루키의 책들은 허무주의는 그렇다고 치고, 현실과 비현실의 애매모호한 묘사 있는 소설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점이 컸다.

반대로 온다 리쿠는, 아주 좋아하는 작가였다. 과거형인 이유는 예전만큼 나오는 책들을 다 읽어보려고 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부터 시작해서 유명한 ‘밤의 피크닉’ 이나 ‘꿀벌과 천둥’ 모두 아주 즐겁게 읽었다.

묘한건 이번에 읽고 있는 두 작가의 책들은 그 반대로 느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는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읽고 싶은 기분을 느끼면서 즐겁게 읽고 있고, 반대로 온다 리쿠의 ‘스키마와라시’는 예전의 온다 리쿠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던 뭔가 간질긴질하면서 땡겨지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고 있지 않는다.

이건 소설이 변해서 일까, 아니면 내가 변해서 일까.

이참에 하루키 책을 좀 읽어볼까 한다.

워 머신 : 전쟁기계(War Machine) – Netflix

2026년 3월 6일날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액션영화. 미국영화지만 정말로 미국스러운 액션영화다. 아프칸에서 부상당하고 동생의 유지를 받들어 레인저 부대에 들어가려는 주인공이 최종적으로 외계 전쟁기계와 싸운다는 이야기.

영화는 전체적으로는 두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다. 주인공이 레인저가 되기 위해서 시험을 치고 탈락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 그리고 최종시험에서 워머신을 만나서 싸우는 부분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주인공이 레인저 부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앞부분은 상당히 괜찮았다. 어찌보면 전형적 클리쉐들이 넘쳐나지만, 클리쉐라는건 사람들이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드라마적인 긴장감도 재밋게 볼수 있었다. 사실 그 이후, 워머신을 만나고 일어나는 일들도 공포물의 관점으로 볼때는 꽤 괜찮았다.

거슬리는 점은 결국 마지막 부분이다. 이런 압도적인 적을 만나서 도저히 이길수 없을꺼 같은 적을 이기는 이야기에서는, 어찌되었건 앞에서는 이길수 없을꺼 같은 적을 이기는 걸 보는 사람에게 납득시켜줘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게 좀 애매하다.

앞에서는 미군이 가진 수많은 재래식 무기들에 흠집하나 나지 않던 적이, 절벽 무너진거에 깔렸다고 타격을 입는것도 그렇지만, 주인공이 의도한 그대로 적이 그대로 움직여서 환풍구가 막혀서 과열되 터지는건 주인공보정이 좀 심한게 아닌가 싶다.

사실 적이 외계에서 온 전쟁기계인거 치고 생긴거나 움직이는게 너무 지구제 같이 생겼다. 어디 로보캅에 나오던 ED-209나 맥워리어같이 생겨서, 송풍구 막히면 발열로 터져버리는것도 이게 외계문물인가? 싶다. 하늘에서 끊임없이 내려오는 외계인의 기계가 뭔지에 대한 설정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미군이 지구를 지키는 미군만세(덤으로 레인저만세)가 되버려서 후반부는 김이 상당히 샌다. 이 영화를 SF의 범주의 넣을수는 없을듯하다. 20세기에 자주 나오던 영화의 재탕느낌이였다.

라마와의 랑데뷰

SF의 고전중의 하나로 항상 얘기되는 이책은, 3대 SF작가라고 불리던 아서.C.클라크가 1973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말하자면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 3대 SF작가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C.클라크, 로버트 하인리히를 말하는 것인데, 요즘도 그런 호칭을 쓰는지는 모르겠다.

이 유명한 소설을 처음 접한건 대학교때 도서관에서였다. 잠깐 초반을 읽다가 다른 소설에 더 흥미를 느껴 읽기를 중단했던거 같다. 기회가 있으면 읽어보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상당히 오래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리디셀렉트안의 구독목록에 들어있어 읽어보게 되었다.

2130년. 지구가 태양계의 여러행성이 진출한 시기. 50km에 달하는 미확인 물체가 태양계로 접근하면서 일어나는 하드 SF소설이다. 이 거대한 외계물체의 목적은 무엇인지, 내부에 들어가 탐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하드SF의 고전이라는 평처럼, 여러가지 과학지식과 이론으로 현실감있게 상황을 설명하고, 실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상황들은 끊임없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라마안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이야기들도 정말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소설 이후 비슷한 초기설정을 가진 이야기는 많이 만들어졌지만, 결과과 전개가 같은 경우는 거의 없었던거 같다. 그래서 인지 여전히 그렇게 옛날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런부분은 항상 고전SF의 장점으로 느껴진다.

올해 인기 상한을 치고 있는 헤일메리 프로젝트도 하드SF이다 보니 읽다보면 생각나는 부분들이 많다. 하드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보인다.

블라스퍼머스2(Blasphemous 2) –

블라스퍼머스는 스페인의 게임제작사인 The Game Kitchen 에서 제작한 2d 메트로배니아계열의 게임이다. 1편은 킥스타터로 모금을 받아서 제작되었는데 꽤 평이 괜찮아서 2도 개발이 되게 되었다. 1편도 호평이라 해보고 싶긴 했지만, 한글화도 안되기도 해서 해보진 않았었다.

1편도 도트그래픽을 활용하고, 중세 암흑기를 무대로 한듯한 참흑하고 잔인한 분위기가 특징인 점을 그대로 옮겨왔다. 전체적으로는 성경에서 여러가지를 해석해서 가져왔고 비유적이고 다중적이미지가 많다. 1편을 했던 사람들의 평을 보면 2편에서 부족했던 편의성을 상당히 개선했다고 한다. 1편에서 낙사하면 즉사였다고 하니..

1000년만에 무덤에서 일어나는 주인공 참회자

기묘한 이미지로 가득차 있다

게임진행은 전형적인 메트로배니아적 방식을 따른다. 진행에 따라서 특수능력(혹은 무기)를 얻어서 막혀있던 장벽을 뚫고 지도를 밝혀가며 보스를 사냥하는 식. 세가지 무기를 가지고 돌려쓰면서 기믹을 풀어가야 한다.

게임초반에 나오는 보스들 소개

개인적인 난이도를 보면, 근래 했던 메트로배니아 게임중 상당히 쉬운편에 속한다고 보인다. 바로 직전에 했던게 실크송 과 나인솔즈 라서 그랬을수도 있지만, 전투난이도는 적에게 마구 들이대지만 않으면 쉬운편이고, 보스전의 경우 대부분 2페이지도 없으며, 마지막 전 보스 외에는 2,3트 안에 클리어 가능했다.

전투 외 점프와 조작으로 해결해야 하는 플랫포머적 난이도도, 그렇게 까지 어려운 면은 없었다. 전투, 플랫포머 난이도 모두 난이도 상이였던 실크송, 전투난이도만으로 특상인 나인솔즈, 플랫포머적 난이도는 상이였던 페르시아왕자-잃어버린왕관-에 비해서 큰 스트레스 없이 즐길수 있는 게임이였다.

그래도 소규모개발사여서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는 모르나, 게임의 전체적 안내가 꽤 불친절하다. 물론 맵 자체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라서 너무 친절했다면 게임 클리어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을꺼라 의도적인면도 있어 보인다. 그 외에 퀘스트들도 공략없이 깨는건 좀 어려운 애들이 많았다.

약간 잔인하고 잔혹한 분위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메트로배니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해도 괜찮을만한 게임이다. 물론 아주 쉽고 예쁜 그래픽을 원한다면 앤더릴리즈가 낫겠다.

 

 

위쳐 소설 완독

꽤나 예전 위쳐3를 하고 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원작소설. 예전에 초기 단편집인, 1,2권만 읽었다가 리디 셀렉트 구독하는 김에 전편을 모두 다 읽게 되었다. 권수로 하면 10권에 한편한편이 짧은 편은 아니라서 읽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위쳐 시리즈는 폴란드의 작가 안제이 사프코프스키가 집필한 환타지 물로, 폴란드에서는 국민소설급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이 크게 히트하면서 많이 알려졌지만, 그것에 비해서 책은 그렇게 잘 되지는 않은듯 하다. 한국에서 읽어봤다고 하는 사람은 꽤 드문듯.

긴 시리즈 지만, 난 긴 이야기가 시작되는 3권보다, 초기 단편집인 1,2권을 더 좋아한다. 위쳐라는 세계관을 잘 보여주기도 하고, 여러가지 동화를 비틀어 다루는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시리의 오래된피와 관련되서 수많은 권력과 암투가 벌어지는, 그리고 게임과 연결되는 본편의 이야기도 재밋지만, 후반부 특히 마지막 편인 ‘호수의 여인’ 에 와서는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역량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우연한 사건에 기대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시간관계를 비튼다던지 하는 여러 서술트릭들도 스토리 전개에 대한 빈구멍을 메우기 위한 방편같이 느껴졌다. 뒤로 갈수록 설정이나 이야기의 중간과정을 일부러 빠뜨리고 모호하게 표현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게임과 연결되는 여러가지 설정들을 찾아보는건 꽤 즐거운 일이였다. 위쳐 게임은 원작에 대한 굉장한 존중을 가지고, 깊은 이해도로 만들어져있지만, 또 여러가지 면에서 원작과는 다른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는것도 사실이라서 여러가지 비교하면서 즐기는 맛이 있다.

꽤 긴 시리즈 지만, 위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