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Twelve Minutes)

2021년 8월달에 발매된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발매 얼마전, 코지마히데오가 이 게임을 꽤 기대한다는 트윗을 날린걸 봤고, 거기에 붙어 있던 이미지가.. 아주 강하게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더우기 어드벤처 게임과 루프물은 둘다 좋아하는 장르이고.

과연 이건 무슨 상황일까..

발매와 XBOX GAMEPASS

가격은 스팀판 기준 27,000원. 가격은 약간 부담이라서 나중에 할인해보면 할까 하다가, XBOX 게임패스에 올라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확인해보니, PC판 게임패스에 발매일에 포함이 되 있는걸 발견했다. 처음 가입이니 1000원으로 게임패스를 가입하고 게임을 다운받아서 실행해 보았다.

불친절한 인터페이스 

게임은 탑뷰에서 이루어지는 클릭형 어드벤처. 제목대로 12분간의 시간을 계속 되풀이 하면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대화에 기반하고, 거의 아무런 힌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불친절한 게임으로 볼수 있다. 근래의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에게 가능한한 쉽게 풀어가게 하기 위한 장치를 많이 마련하는데 그런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평이 안좋아지는 면이 있다.

이야기의 진행

주인공이 퇴근을 하면서 돌아와서 부인과 식사를 하려하는 시간,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쳐서 과거의 살인사건을 추궁하고 그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것을 반복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고, 루프물의 궁극적 목적인 루프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를 목표(라고 생각하면서) 여러가지 행동을 하면서 게임을 진행해 나가게 된다.

불명확한 엔딩

다른 루프물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왜 루프가 일어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시간을 돌이키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가고 진실(?)이 조금씩 밝혀질수록 점점 이야기가 미궁을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된다. 결국 논리적으로 완전한 진실이 드러나기 보다, 몇가지 엔딩에서 나오면 단서의 편린을 통해 진실을 추리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런 부분 역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부분이다. 실제 인터넷에 소감들 봐도 유저불친화성과 마지막의 엔딩에 거의 배신감을 느꼈다는 사람들 조차 꽤 있다.

결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불명확한 엔딩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엔딩에서 나오는 몇가지 단서들로 이야기를 추리하는 과정자체를 꽤 즐거웠고, 8-9시간의 플레이시간으로 엔딩을 전부 볼수 있는 짧은 게임인 부분도 나쁘지 않았다. 풀프라이스로 산다고 하면 스팀기준 27,000원이니 가격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이런식의 어드벤처 게임은 시간이 좀 지나면 할인이 꽤 들어갈꺼기 때문에 흥미가 있다면 할인할때 사서 해보길 추천한다. 주변에 해본 사람이 있으면 얘기할 거리가 많아 지는 게임이다.

덤(XBOX GAME PASS)

덤으로 붙여보는, Xbox GamePass 사용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밀고 있는, 그리고 은근 지지받고 있는 게임구독 서비스. 실제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할만한 게임이 많지 않아서 한달 구독후 끊어버렸다. 엑스박스로 하면 좀 나을려나..이 서비스가 정말 잘 되려면 진짜 화제가 되는 AAA급 게임을 출시일에 바로 풀어버려야 할듯.

에디스 피치의 유산(What Remains of Edith Finch)

에디스 피치의 유산은 2017년에 나온 어드벤처 게임이다. 꽤 평이 좋다고 듣고 있어서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PSN에서 무료게임으로 풀려서 해보게 되었다.

저주받은 일족과 거대한 집에 관한 이야기를 1인칭 어드벤처의 형식을 빌려서 풀어나간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에거드 엘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이나, 러브크래프트의 벽속의 쥐, 그리고 스티븐 킹의 예루살렘 롯같은 소설들이 꽤나 연상된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에디스 피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예전의 사건으로 집을 버리고 떠난 후 어떤 이유로 다시 돌아와서 집안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알아내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나, 텍스트들이 그래픽적으로 배치되고, 분위기나 사운드의 효과적 사용등, 뛰어난 연출력을 보인다. 이야기는, 에디스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의 유산인 열쇠를 이용하여 잠겨져 있던 통로들을 이용해서 집을 돌아보면서 가족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가는 내용이다. 처음부터 거의 아무런 설명이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꽤 몰입하게 된다.

텍스트가 화면에서 흘러나오는듯한 연출은 참신하면서도 효과적이다
가족 하나하나가 모두 하나의 방을 가지고 있고 그 방들은 디테일하게 묘사가 되어 있다.

하나하나 숨겨져 있던 방을 찾아내면서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플레이어는 궁금해 할수 밖에 없게 된다. 명확한것은 피치가의 사람들에게는 계속 불행한 무언가가 닥쳤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저주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실제 저주를 받았다고는 하나 피치가는 또 상당한 부를 이룬것도 같다. 보통의 이야기에서 저주는 보통 다른 혜택과 함께 계약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피치가에게 저주가 있었다면, 뭔가 다른 특별한 능력이 존재한것일 수도 있다.

게임에서 보여주는것을 모두 현실이거나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가정한다면 핀치 가문은 어떤 종류의 정신감응적인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빠른 죽음을 맞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인공인 에디스 역시 정확히 표현되지는 않으나, 남겨져 있는 글을 – 그것도 정확한 상황이 써 있지도 않은 글을 – 보는 것 만으로 과거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낼수 있다는 점에서 핀치가문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수 있다. 몰리는 식인괴물이 되서 사람을 잡아먹고, 바바라는 괴물들에게 잡아먹혔으며, 거스 핀치가 태풍을 연으로 태풍을 부르고, 그레고리는 염동력으로 물을 틀어 죽게 되었다는게 진실일 가능성.

반대로 게임에서 보여주는건 그냥 에디스의 상상이고, 재수없는 한 가문의 다사다난한 사고라는 시점으로 볼 수도 있다. 사실 그렇게만 보기에도 이 가문에 너무 많은 사건사고와 죽임이 있어서 저주라고밖에는 볼 수 없을듯 하지만.

현실과 비현실, 어느것이 맞는지 불명확하면서 둘다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과, 큰 저택이 나온다는 점에서 ‘괭이갈매기 울적에’가 약간 생각나기도 한다.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특성탓에 어찌보면 게임스러운 부분은 좀 부족하지만, 분위기나 연출은 아주 맘에 들은 게임이다. 호평을 받은 시나리오는 좋기도 하고 생각해볼 여지를 많이 남긴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좀 더 명확하게 하는게 내 좋지 않았을까. 단서들도 더 늘어놓고, 마지막에 에디스 할머니의 뭔가 저주와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명확하게 해주면 어땠을지… 하지만 이 가문의 이야기를 보면 딱히 저주에 대해 혜택을 받는게 별로 없는듯.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반전인 에디스 핀치의 유산은 크게 반전적인 요소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중간에 알아차려서 그런면도 있겠지만.

어드벤처 게임과 고딕호러적인 느낌을 좋아한다면 추천할만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