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았던 황우석 교수 사태. 수의사로서, 그리고 간접적으로 알던 사람들도 엮여 있어서 더 관심이 갔지만, 사건을 명확하게는 파악을 못했던 사건이였다. 워낙 복잡하기도 했고. 근데 이 사건을 다룬 다큐가 넷플릭스에 나와서 보게 되었다.
다큐의 시작은 황우석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부터 시작된다. 놀라는 사람들도 꽤 많을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이미 사기꾼으로 결론이 나고 몰락했을것이라고 생각한 황우석이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멀쩡하게 사업도, 연구도 하면서 지내고 있는것이다. 거기다가 그 후원자는 그 유명한 만수르. UAE에서 낙타 클론 사업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다큐의 초반, 꽤 많은 부분을 클로닝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한다. 이건 다큐 감독이 한국인이 아니여서, 그리고 황우석이 현재 주로 하는 일 자체가 클로닝이기 때문에, 클로닝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들을 다큐안에 넣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큐의 중반정도 까지도 클로닝에 대한 황우석의 옹호, 그리고 클로닝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오다가, 드디어 황우석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맨 처음 나오는 것은 PD수첩에서 처음 고발했던 난자채취의 윤리성에 대한 문제. 여기서 내부고발자로 유명한 류모교수도 나오는데, 여러가지로 분노에 차 있는 듯한 모습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PD수첩은 이 보도 이후에도 많은 비난을 받게 되는데, 그 당시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가 진짜였다면 그 과학적 진보는 굉장했을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한들,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어느정도의 컨센서스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고발 기사를 쓴 해외 기자도 나오는데, 외국에서도 본인의 기사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거 보면, 해외의 분위기도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큐에서는 윤리적 문제가 가장 큰 큰 분량으로 다루어 진다.
그후 이어지는 주제는 배아줄기세포 치료에 관한 이야기가 다뤄진다. 정말로 잘 되었다면 의료계의 혁신이 될 수도 있었을 기술. 그리고 한국사회에서의 황우석 광풍에 대한 묘사들
다큐의 마지막 30분에 와서야 황우석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은 1차 PD수첩 보도. 그리고 그때 PD수첩에서 다룬 난자기증에 대한 윤리적 보다와 내부고발자인 류교수의 이야기. 논문 조작이 밝혀지고 줄기세포 자체가 없었다는 이야기. 이 부분은 꽤 불만스러운게, 너무 짧게 지나간다. 그때의 사건을 겪었던 입장에서, PD수첩과 난자 제공의 윤리적 문제보다, 논문조작쪽이 훨씬 큰 사건이였고, 그 이후 검찰조사로 줄기세포 자체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온것이 아예 황우석이 재기하지 못하게 해버린 결정타 였기 때문이다. 이 다큐에서 황우석의 몰락에 대해 다룬다면, 논문조작과 줄기세포에 대한 거짓말을 더 크게 다뤘어야 한다고 본다. 이부분은 한국인이 아니고, 과학자가 아닌 감독의 시각 자체가 실험윤리나, 클로닝의 윤리적인 부분에 더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난 확신한다. 그때 줄기세포가 1개라도 실제 존재했다면, 황우석은 분명히 살아나고 모든 죄를 용서받았을 것이다.
다큐의 거의 마지막 부분. 황우석의 말은 인상깊다. 다시 선택해도 똑같은 길을 걷겠다는 이야기. 본인은 생명공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한거 같지만, 솔직히 그걸 보면서 ‘또 논문조작하고 실험결과 사기치겠다는건가?’ 라는 생각만 들었다. 감독이 클로닝에 우호적이여서 황우석에게도 좀 우호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다큐의 마지막은 다시 클로닝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간다. 감독은 클로닝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으로 보인다. 윤리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나, 반대쪽 입장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클로닝에 대한 반대 입장보다는 클로닝에 대해 설명을 잘 하겠다는 식이다.
마지막의 맘모스 복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바치니, 꿈이 이루어지니 하다가 뜬금없이 남북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걸 보고.. 아 사람은 참 바뀌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사람의 세계는 2005년, 호랑이 복제해서 통일을 주도하는 국가적 영웅이 될뻔 했던 그 시대에 멈춰 있구나. 자기가 또 그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또 받아올려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 같았다. 그 역시 결과만 추구하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이였을 것이다.
다큐의 제목은 황우석의 몰락이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황우석의 몰락은 너무 적게 다루고 클로닝의 윤리적 문제, 황우석의 이야기에 너무 많은 분량이 들어가 있다. 원제에 황우석의 H도 없는거 보면 한국쪽에서 억지로 넣은 제목같기도 하고 그게 이 다큐의 방향성이 이렇게 흘러가는 이유인듯 하다. 황우석의 몰락은 줄기세포연구와 훨씬 관련이 깊은데, 클로닝 얘기와 난자제공의 윤리적 문제 얘기만 하다가 논문조작과 줄기세포조작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를 많는다. 실제 황우석을 거대한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으로 보는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황우석이 잘못한 것을 까고 한국사회의 광기의 소용돌이를 보여줬으면 했을것인데, 다큐의 방향성이 그렇지 않아서 한국에서의 평은 그다지 좋지 않다. 우리나라의 그 상황을 겪지 않은 해외 사람들에게도 황우석이 무슨일을 했나 제대로 전달되었을지도 좀 의문이다.
이 다큐 이후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다큐로 파생된 유튭 영상들에 달린 댓글들이 황우석에 대한 우호적인 댓글이 많다는 점이다. 내 입장에서는, 그 수많은 일들과 방송과 인터뷰들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건의 주요내용에는 대부분 관심이 없고, 결론만을 원한다는걸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다큐 자체도 기술적인 부분을 너무나 쉽게 넘어가기도 했는것도 원인이겠지만. 아직도 황우석이 재연했으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댓글 – 그 사건 이후 얼마가 지났는데 아직도 못했으면 안되는거라는걸 이해를 못하는건가 – 이나, 만수르가 인정한거 보면 기술력은 있다 던가, 황우석은 기술이 대단하고 뛰어났는데, 윤리문제와 질투심 때문에 몰락했다는 식의 댓글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정말로 황우석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황우석을 좋아하는걸까. 그때의 황우석 사태가 한국에 준 교훈같은건 제로에 가까운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