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니아의 기사(Knights of Sidonia)

시도니아의 기사는 니헤이 츠토무가 그린 SF만화이다. 시도니아는 인류를 우주에 퍼트릴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주선의 이름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외부에서 오는 인류의 적인 가우나와의 인간형 로봇을 이용한 투쟁을 주로 다루었다. 만화책 원작을 접한건 아니고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는데, 3d애니메이션을 2d처럼 잘 묘사했고, 나름의 독특한 설정이과 전투씬이 꽤 괜찮았다. 예전에 보고 잊고 있다가 극장판이 나와서 완결이 되었다고 해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기본설정

어떠한 이유로 인류가 지구를 떠나서 거대한 이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한다는 설정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이주선이 본래의 목적을 잃고 헤메는 주제를 다루는 경우도 꽤 있고. 시도니아의 기사는 이러한 이주선이 외계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적(말그대로 외계인)과 끊임없는 전투를 이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외계인과 인간형 로봇을 이용해서 전투를 이어간다는 점을 보면, 마크로스와도 꽤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꽤나 다르다. 무엇보다 작가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보여지는 모습들이 흥미로운데, 일단 시도니아라는 거대 이주선의 정치체계는 외계인과 전쟁을 한다는 이유로 군국주의적인 독재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사회체계의 정점은 국가와 전쟁을 하는 군인들이고, 모두 좋은 파일럿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대우도 좋다. 시위를 하는 사람도 조금 있지만, 그저 사회에 저항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들 같이 묘사된다. 이런 통제적이고 독재적인 사회는 다른 나라의 창작물에서도 보이는 설정이지만, 일본쪽의 창작물에서는 이러한 설정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그 체제에 대항하려는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부분이 2차대전에서 군국주의적 사회체계를 경험하고, 그 이후 제대로된 시민의 민주화를 경험하지 못한 역사를 가진 일본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를 묘사해서 그런지, 시도니아의 사회, 문화는 예전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SF적인 면모

3d로 만들어진 전투씬, 그리고 은근 세세한 설정이 들어있는것으로 보이는 기계설정은 작가가 나름의 SF적으로도 꽤 고심을 하고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는게 드러나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로봇끼리 우주를 여행할 더 큰 추진력을 얻기위해 서로 손을 잡는 ‘장위’라는 시스템은 기계적인 독특함 뿐만이 아니라 파일럿들간의 유대와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장치로 작동하는데, 그런 기계적이야기와 사회적이야기가 꽤 잘 연결되어 있어서 흥미롭다.

해피엔딩

이야기는 이주선이 결국 정착에 성공하고 잘 살게 되고, 주인공은 히로인과 맺어져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야기의 한 축이 주인공이 어장관리적인 하렘을 통한 러브코미디 였기에, 여러 갈등요소는 엔딩에서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큰 이야기 안에 있던 여러가지 설정들에 대한 의문 – 외계인의 정체는 무엇인지, 외계인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낸 문명은 무엇인지 – 는 풀리지 않고 넘어간다. 거기다가 인간의 영생을 만들어내고, 신체를 다른 신체에 쉽게 이식하며, 인간몸을 기계로 까지 대처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회전체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기술과 사회가 괴리된거 같은 모습의 설명도 나오지 않는다. 이런걸 보면, SF적인 설정들과 이야기는 결국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소재이고, 크게 깊게는 생각을 하지 않는거 같은건 조금 아쉬웠다. 엔딩까지 오면 그런 이야기도 좀 풀릴줄 알았는다.

로봇과 SF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하지만 미묘한 사춘기 일본식 러브코미디가 너무 유치한 사람들에게는 항마력이 필요할 수도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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